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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geultto

글또 9기 지원을 앞두고 / 삶의 지도 작성

by 고기만두(개발자) 2023. 11. 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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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otion.so/9-23-11-14-23-59-78b26535d8b3469a8cdd8e837bcb1619?pvs=4#02aacfa97faf42a0a42e52a54d945f61

 

⭐ 글또 9기 모집 (~23년 11월 14일 23:59까지)⭐

글또 9기를 모집합니다

www.notion.so

요즘 유행하는(이라고 말하면 보통 끝물이다)

MBTI로는 ISTJ.

내향적 / 감각적 / 사고적 / 계획적.

어릴 때는 J의 정반대인 P.

계획 큰그림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생존을 위해 J가 되었지만,

사실 지금도 내가 대문자 J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수학이 싫지 않았다. 딱 중학교까지.

공부를 그럭저럭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비교적 바른생활과에 가까운 편이라

친구들하고 점심에 담 넘어 이삭토스트 사 먹으려는 가봤어도

어디 가서 큰 사고를 저지르고 다니진 않았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해서 신문반 기자 생활도 2년 했다.

화학이나 생명과학이 재미있었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계고 이과로 갔는데 정작 수학을 못하네? ...

 

재수를 했다.

 

어느 날 학원에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다 말고

갑자기 내 성격에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저출생 이야기가 10년 전 그때도 꽤나 심각한 주제였고

그러면 나의 고객, 타깃이 될 학생은 점점 줄어갈 텐데

나는 괜찮은 직업 선택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이 갑자기 들었다.


그럼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는 그럼 뭘 좋아하는 거지?

 

수학 중에서도 통계는 그래도 할만했다.

요즘은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기하벡터에서 3D 나오는 부분만 펴면 머리가 아팠다.

미적인 감각은 크게 없지만, 뭔가를 만들어나가고 빌드업하는 과정은 좋아했다.
의외로 공대랑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가고 싶던 대학 소개 카탈로그를 읽어보다가 정보산업공학과라는 학과를 발견했다.

처음 들어보는 전공 이름이었는데, 소개글을 읽어보니 제법 구미가 당겼다.

(산업공학과는 없는 학교도 많고, 있는 학교도 전공 이름이 다 다르다.

산업공학, 정보산업공학, 시스템공학 등. 지금 생각해 보면 작명 빨에 속은 것 같기도.)

 

정보산업공학과-컴퓨터공학과-통계학과

정도가 결이 대체로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갑자기 타깃이 바뀌었다.

물리를 싫어했지만, 전자과나 기계과 같은 전공과 달리 물리를 오래 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학교에 가기엔 조금 애매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11월 6일, 수능이 열흘 정도 남은 시점.

올해는 그나마 어제까지만 해도 11월 기온이 높은 편이라 좀 덜한데,

코끝이 시려지면 두 번을 봤던 수능이 생각나서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받은 성적으로 정시 지원을 하려는데 아빠가 옆에서 그러셨다.

컴공 나온 친구 보니까 애가 무슨 맨날 컴퓨터 앞에 코 박고 있다고.

컴퓨터밖에 모르고 퇴근도 잘 못한다고.

그러니 산업공학과 어떻겠냐고.

수도권 근처에서 그럭저럭 취업해서 먹고살기 나쁘지 않을 거고

컴공보다 이런저런 재밌는 거 많이 배울 거라고. 경영학과 비슷한 거라고.

 

10년 전쯤만 해도 사회적으로 컴퓨터공학과 나오면

기승전- 치킨을 튀긴다, 퇴근을 못 한다, 사무실에 간이침대가 있다,

뭐 이런 얘기를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가게 된 별생각 없던 학교, 산업공학과.

가서까지 사실 수능을 다시 볼 생각을 했었는데... 

처음으로 온전한 자유가 주어졌고

내가 선택하고 꾸려간 대학 생활은 학과 밖에서의 생활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동아리방에서 술 마시고, 과 외부에서 활동하고 그런 것들.

그래서 코끝 시리면 기분이 조금 꿀꿀해지긴 했지만, 수능 생각은 좀 덜 했던 것 같다.

 

 

대형 과였고, 재수생이라 동기들이 또래 친구보단 동생들이 많았고,

하여 친한 동기 몇 명 빼고는 과에서는 다소 겉돌았다.

전공도 재미있지 않았다.

눈앞에 주어진건 뭐든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성격 상 열심히 안 한 건 아닌데, 딱히 재미는 없었다.

정확히는 전통 제조업에 기반한 과목들 - 생산관리, 품질관리 이런 것들 - 이 재미없었다.

 

그나마 통계학/빅데이터/IT 관련 과목들은 좀 할 만했고 성적도 좋았다.

금융공학/회계원리 같은 돈에 관련된 과목은 성적은 별로여도 재미는 있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대학원은 생각 없었다. 공부가 싫었다.


컨설팅에 관심이 있어서 학과 내 학회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도 컨설팅적 사고를 가지고 더 날카로워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살면서 유용한 사고의 체계를 하나 얻긴 했다.

그렇지만 정작 학회에서, 그리고 전공 수업에서 하는 ppt 만들기, 제안서/보고서 쓰기 같은 활동은 별 재미가 없었다.

 

학교 밖 경험을 쌓아보려고 휴학을 했다.

학회에서 알음알음 돌던 컨설팅 회사 인턴십 공고를 보고 지원했더니,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때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다.

 

생각했던 컨설팅 업무와 너무 달라도 다르고, 워라밸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올 때쯤.

박살 난 건강과, 대상포진을 얻었다.

알바를 제외하고, 남초 직장에서 24살에 처음 겪은 사회생활, 당연히 마냥 잘했을 리 없다.

부족한 점이 많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좋게 봐주신 상사들이 있었고, 계약 연장을 제의받았다.

하지만 연장하지 않고 복학을 선택했다.


컨설팅으로 돌아갈 일 없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그럼 뭐를 해야 하지?

미적인 감각은 크게 없지만, 뭔가를 만들어나가고 빌드업하는 과정은 좋아했다.

그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그리고 지금 전공과 최대한 비슷하게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면
IT를 해야겠구나.

기술로써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코딩 테스트라는 게 그렇게 흔하지 않을 때였다.

개발직무, 기획직무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뿌렸다.

이것저것 얕고 넓게,라는 산업공학의 모토대로 성장했지만

그것은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이었다.

산업군에 대해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순수 컴퓨터공학과 출신에 비해 개발 스탯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는 단점이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걸 알고 있어서 딥한 코딩 테스트를 보는 회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IT회사를 위주로 지원했었다.

금융회사에도 지원했었다. 나는 돈이 좋으니까.

제조업 회사는 지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가능했었다.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 얻어걸려서 취업을 했다.


IT회사에 소속되어 금융회사 사이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월급 주는 코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나랑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엔지니어들,

혹은 금융고객사의 영업 활동 관리자들.

어떻게 하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잘 움직여서 이윤을 창출할지를 생각하는 사람들.

기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더 많다.

 

지금 하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관성이 생겼다.

다른 회사였으면 배우지 못했을 도메인 지식도 그렇게 재미없지 않았다.

다행히 좋은 사수를 만났고, 그 분의 스타일을 복제하듯 일을 배웠다.

 

3,6,9 라 했던가, 몇 번의 큰 위기도 있었다.

위기 모면만 생각하고 회피하려 했다면 이미 두 번 정도는 자리를 옮길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회사들로 장소를 옮겨서 비슷한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처우보다는 (물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직무적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다.

엔지니어로의 정체성도 좀 더 살려보고 싶은데, 지금 있는 곳에서는 비슷한 일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고민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데이터 엔지니어로 전직도 고려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 기록들을 가끔이나마, 미약하게나마 글로 남기고 있다.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걸 배웠는지를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인 글쓰기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티스토리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엿보고 싶었다.

개발자인 친구들보다 아닌 친구들이 훨씬 많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다른 고민을 하고 있어서

비슷한, 그러면서도 또 다른 사람들을 접하고 싶었다.

 

 

*글또 9기 지원전 과제로 작성되어,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면 비공개 처리 될 예정인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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